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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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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시사랑 0 1131
저자 : 김종목     시집명 : 다시 또 눈 내리고
출판(발표)연도 : 1994     출판사 :
추억

김종목
 
친구야
바람이 불면 그대로 날아가버릴 것 같은
판자집이 늘어선 신천동 철로 연변
우리는 그 길을 얼마나 자주 거닐었던가.
가난하면서도 아름답던 시절,
유치환의<행복>이나 김광균의<언덕>을 외면서
민들레 뿌리 같은 우리의 의지를 다지지 않았던가.
안개꽃이 피거나
노을이 뜰 때도 거기 있었고
무지개가 서거나
눈이 올 때도 거기 있었다.
흐르는 바람소리나 풀벌레의 울음소리에도
곧잘 감동하며
머리로 스치는 고뇌와 우수를 껴안고
인생철학을 논하던 시절,
우리가 꾸던 그 아름다운 꿈은
비록 깨어졌다 할지라도
그 때가 드없이 아름다웠다.

철로 연변 판잣집에서
단꿈을 꾸던 우리의 꿈 속으로
철마는 또 얼마나 우리를 놀라게 하였던가.
밤중에 잠을 깨어
쇳소리의 그 굉음이 멀리멀리 사라질 때까지
상념에 잠겼다가 다시 꿈과 이어지고
그 꿈이 다시 굉음으로 부서지고.......
아 우리의 꿈은 그렇게 끊어졌다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끊어지곤 하지 않았던가.

아팠지만 추억은 왜 그리도 아름답게 물드는지
지금은 각자 삶이라는 짐을 지고
객지로 객지로 흩어져버렸지만,
친구야 가끔은 우리가 거닐던 철로 연변
그 어렵던 시절이 못견디게 그립다.

이제 검은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세월의 철마는 또 우리의 여생을 어디론가 날라간다
언제쯤 우리마저 떠나버리고
그 빈 자리에 부는 쓸쓸한 바람,
어느 누가 고뇌와 우수를 논하고
무지개가 서거나 혹은 내리는 눈발을 보고
감동하고 시를 외고 의지를 굳힐 것인가.
친구야, 오늘 다시 그길을 거닐고 싶다.
저리 붉게 타는 노을 속에서
그대가 불던 하모니카 소리의 서정이
눈물겹게 눈물겹게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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