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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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29 22:40
저자 : 권기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폭포
권기호
우리나라를 옆으로 누워 있는 여인의 모습으로 보면
대전 밑 옥천은 단전 부근이 되고
그 아래 옥계 폭포가 있다
이 부근에서 여인은 대퇴부를 비스듬히 세워
바로 누운 자세가 되는데 은하가 기슭까지 내려오는 때가 되면
폭포 소리는 몇 개의 능선을 지나도 메아리쳐
처음 우주 전자파의 아득한 울림이었다
이런 밤 선대 여인들은 놋요강 위에서의 그 울림이
폭포의 음자리됨을 가슴으로 듣고
이 때서야 남정네를 유달리 안채로 맞이하였다
율곡의 어머니도 그랬고, 퇴계의 어머니도 그랬다
사나이기 때문에 사나이라는 이유만으로 폭포에
팻말을 내거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합성수지로 된 일회용 깃발이거나
알 수 없는 상형문자의 영역표시일 뿐이다
문화의 소음 시대, 침묵으로 일관하던 마르셀 뒤샹이
임종에서 조각 한 점 전시하였다
어두운 공간
달빛 등잔을 든 알몸의 여인이
해초처럼 숨쉬며 누워 있었다
가슴으로 듣고 귀로 보아야 알 수 있는 옥계 폭포의 울림을
나는 거기서도 들을 수 있었다
권기호
우리나라를 옆으로 누워 있는 여인의 모습으로 보면
대전 밑 옥천은 단전 부근이 되고
그 아래 옥계 폭포가 있다
이 부근에서 여인은 대퇴부를 비스듬히 세워
바로 누운 자세가 되는데 은하가 기슭까지 내려오는 때가 되면
폭포 소리는 몇 개의 능선을 지나도 메아리쳐
처음 우주 전자파의 아득한 울림이었다
이런 밤 선대 여인들은 놋요강 위에서의 그 울림이
폭포의 음자리됨을 가슴으로 듣고
이 때서야 남정네를 유달리 안채로 맞이하였다
율곡의 어머니도 그랬고, 퇴계의 어머니도 그랬다
사나이기 때문에 사나이라는 이유만으로 폭포에
팻말을 내거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합성수지로 된 일회용 깃발이거나
알 수 없는 상형문자의 영역표시일 뿐이다
문화의 소음 시대, 침묵으로 일관하던 마르셀 뒤샹이
임종에서 조각 한 점 전시하였다
어두운 공간
달빛 등잔을 든 알몸의 여인이
해초처럼 숨쉬며 누워 있었다
가슴으로 듣고 귀로 보아야 알 수 있는 옥계 폭포의 울림을
나는 거기서도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