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 김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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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 김기린

poemlove 0 4513
저자 : 김기린     시집명 : 누가 그렇게 살라 한다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1
움직여서 옮기고 있는
형상이
우습기만 하다면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옮긴 후의 막막함이
허무하기만 하다면
바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 옮겨야 하는
절망이
두 손을 완전히 놓게 한다면
죽음이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
생활은 지루함도 한 부분이고
환희에 찬 한때도
그 속에 있다

잊혀져 가는 날들이
갑자기 아까워
당기게 하는 노력도
환희일 수 있고
지루함일 수도 있다

격정에 찼던 그때가
나머지 날들을
김빠지게 하는 오늘을
보면서
우울할 수 있고
기대에 바짝 긴장할 수도 있다

3
여태 모아온 보자기가
텅 비어 있을 때
실망하지만
수북이 모아 졌다 해서
그것이 가치는 무엇인가
미칠 수도 있고
바보일 수도 있다

가치의 기준은 하나일 수 없고
하나의 가치가 전부일 수 없다
우러러보는 가치는
우러러보는 사람들의 것이고
낮게, 낮게 보는 가치는
낮게 보는 사람들의 것이다
실제로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는
자기도 모르는
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밎는 것은
옳은 것은 영원히 옳아야 하고
그른 것은 영원히 글러야 하는 것이다

4
절로 자라서 결혼하고
또 자식을 낳는 것이
공식보다 재미없는
틀에 갇힌 숨막힘이기도 하지만
형식이 예기치 못했던
웃음을 주고 있음은
고맙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지겹게도 무미건조했던
지난 날들도
돌아다 보면
가치를 엮어놓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누가 그렇게 하라 해서
엮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고 사회고
역사는 꼬여서
밧줄이 된다
밧줄을 잡고 후세도
그렇게 살겠지만
꼬여 있는 지금이
살고 있는 것을

5
기쁨과 슬픔은
주판 알 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절로 닥치는 것이기에
준비가 없던 우리는
감격도 하고
슬퍼도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올 때
준비를 하고 온 것도 아니고
갈 때도
그 쪽의 사정을 전혀 모르기에
하나의 준비도 하지 못하듯
준비 없는 인생이
불안하다 해서
준비를 목적으로 해서는
안되리라

6
슬픔은 슬픔만의 것이 아니고
기쁨의 싹이 섞여 있고
감격도 감격만의 것이 아니고
절망의 시작일 수 있다
올 것은 예고없이 언제고 오고 있기에
준비의 의미는
살아 있는 지금으로 충분하다

준비된 인간들이
완전무장을 하고
한껏 부닥쳐도
끝없이 깨어지지 않을 것을
생각해 보면
터지고
피흘리고
절규하고
구해주고
감사하는 마음은
고통이 내일을 넘기더라도
오늘에 살고 있음을
알고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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