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 - 서정주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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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2 18:03
저자 : 서정주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장님과 앉은뱅이가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어서
장님은 앉은뱅이를 업고 걷고, 앉은뱅이는 길을 가르쳐
둘이 함께 돌아다니며 빌어먹고 살게 되었는데....
장님의 등에 업힌 앉은뱅이가 어느날 어떤곳에서
한 우물속을 들여다보니 거기엔 아주 큰 금덩어리가
들어있어서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이걸 꺼내서
똑같이 노나 팔자를 고쳐볼 수도 있겠지만 눈 먼 친구가
못보아 의심할테니 에라 이대로 내버려 두고 가자'
고로코롬 비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로부터 오래잖어서
어디서 총소리가 땅하고 나더니만 총쟁이가 헐떡이며
뒤따라오면서 '아 그 빌어먹을 놈의 우물! 큰구렁이가
또아리를 감고 누워 있어 물도 길어 마실 수도 없지 않어?'
하고 뇌까리는지라, 앉은뱅이가 "가보자"고 해 장님과 함께
그 우물에 또 가서 보니 그건 구렁이가 아니라 여전한
금덩인데 총쟁이가 두쪽으로 똑같이 갈라 놓아서 둘이서
노나가지기엔 안성맞춤일세라....
부처님 앞에 바치고"눈뜨고 걷게만 해줍소사"고 날이면
날마다 빌고 또 빌었더니 죽은 뒤엔 둘이 다 성한 몸되어
'열반'에 드셨다는 이야기로다....
-서정주--니르바나이야기
장님은 앉은뱅이를 업고 걷고, 앉은뱅이는 길을 가르쳐
둘이 함께 돌아다니며 빌어먹고 살게 되었는데....
장님의 등에 업힌 앉은뱅이가 어느날 어떤곳에서
한 우물속을 들여다보니 거기엔 아주 큰 금덩어리가
들어있어서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이걸 꺼내서
똑같이 노나 팔자를 고쳐볼 수도 있겠지만 눈 먼 친구가
못보아 의심할테니 에라 이대로 내버려 두고 가자'
고로코롬 비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로부터 오래잖어서
어디서 총소리가 땅하고 나더니만 총쟁이가 헐떡이며
뒤따라오면서 '아 그 빌어먹을 놈의 우물! 큰구렁이가
또아리를 감고 누워 있어 물도 길어 마실 수도 없지 않어?'
하고 뇌까리는지라, 앉은뱅이가 "가보자"고 해 장님과 함께
그 우물에 또 가서 보니 그건 구렁이가 아니라 여전한
금덩인데 총쟁이가 두쪽으로 똑같이 갈라 놓아서 둘이서
노나가지기엔 안성맞춤일세라....
부처님 앞에 바치고"눈뜨고 걷게만 해줍소사"고 날이면
날마다 빌고 또 빌었더니 죽은 뒤엔 둘이 다 성한 몸되어
'열반'에 드셨다는 이야기로다....
-서정주--니르바나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