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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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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선 0 1557
저자 : 김광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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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규

한 생애의 마지막 날처럼
바쁜 마음으로 그러나
되도록 크레디트 카드를 쓰지 않으면서
하루를 살고
어두운 지하철 층계를 내려간다
땅 속을 달려가는 동안
비좁은 찻간에 끼여 서서
어깨를 비비대며
스포츠 신문을 읽는 얼굴들
검은 유리창에 가득하다
길었던 어제의 터널을 따라
오늘이 지나가고
내일은 몇 번째 역에 있는가
땅 위의 세상은 눈을 감아야 보인다
녹슨 드럼통 속으로 흐르는 하수
머리 위로 아스팔트를 걸어가는
천만 명의 발걸음
철근과 시멘트와 자동차들
갑자기 무너져 내리고
이 캄캄한 땅 속에 묻혀
다시는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숨 막혀 죽을 것만 같아
도망치듯 전동문을 빠져 나온다
이제 오래된 이야기는 잊어버리고
밀린 빚을 빨리 갚아야지
대리석 계단을 황급히 올라와
서울 구치소 맞은 쪽
어두운 골목으로 사라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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