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을 든 사내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꽃다발을 든 사내

poemlove 0 989
저자 : 나호열     시집명 :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포엠토피아
꽃다발을 든 사내

                              나호열

시든 꽃을 든 사내가
네거리 고장난 신호등 앞에 서 있다
꽃이 저렇게 말라가며 검게 변하는 것은
햇살이 너무 강렬하거나
그가 너무 오래 걸어왔기 때문이다
저 보라색 꽃다발은 지금
사내의 팔에 담겨 있지만
그는 들판을 헤매며 자신의 치장을 위해
꽃을 꺾었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달려가야 할
달려가서 얼싸안아야 할
소중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는 매일 시든 꽃을 꺾어
네거리 신호등 앞에 선다
그의 퀭하고 깊숙한 눈은
영혼의 가파른 계단 밑으로 열려 있다
그의 눈에서 새어나오는 붉은 신호등
나는 본다 그가 걸어왔던
다시 걸어가야 할 방은
그을음으로 가득찬 등잔 속이다
눈물을 태우면 천사의 옷자락이 타들어가는
향기가 새어나온다
나는 본다 그가 숯 검덩이가 되어가면서
등잔 심지를 키우는 것은
그림자 가득한 자신의 얼굴을
누군가에게 보여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