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범벅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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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31 12:50
저자 : 김종원1
시집명 : 이별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포푸리북
슬픔범벅
-김종원 詩人-
양파를 냉장고에 넣어둔 채
한동안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
잊혀진동안
양파껍질들은 서로 살을 맞대고
견뎌내느라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썩어가고 있었다
양파 껍질을 하나 하나 때어낸다
썩었다고 때어내고,
진물렀다고 때어내고
때어내고, 또 때어내도
그냥 두기엔
서로 겪은 상처가
너무나 크다
결국,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상처를 때어낸다
양파 껍질은 모두 다 때어지고
나는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을
기다렸다는 듯 흘려보낸다
단지 양파가 너무나 매울뿐이라고
그래서 눈물이 나오는거라고
정말 그럴뿐이라고...
이제 내 손에는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다
양손이 진물처럼
슬픔이 범벅이 되어 있을 뿐
-김종원 詩人-
양파를 냉장고에 넣어둔 채
한동안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
잊혀진동안
양파껍질들은 서로 살을 맞대고
견뎌내느라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썩어가고 있었다
양파 껍질을 하나 하나 때어낸다
썩었다고 때어내고,
진물렀다고 때어내고
때어내고, 또 때어내도
그냥 두기엔
서로 겪은 상처가
너무나 크다
결국,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상처를 때어낸다
양파 껍질은 모두 다 때어지고
나는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을
기다렸다는 듯 흘려보낸다
단지 양파가 너무나 매울뿐이라고
그래서 눈물이 나오는거라고
정말 그럴뿐이라고...
이제 내 손에는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다
양손이 진물처럼
슬픔이 범벅이 되어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