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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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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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 앞에서

가을 0 1850
저자 : 김종원1     시집명 : 이별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포푸리북
훈련소 앞에서

                          김종원 詩人


남자친구가 군대 갈 때
펑펑 울었던 여자들은
대부분 금방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데...
울지말라는 나의 말에
너는 그렇게 대답을 하며
잠시, 정말 잠시 오빠가 조금은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다고 생각할꺼야,
너무 보고 싶으면
아침이 올때까지 오빠에게 편지를 쓸거구
오빠 생일 날에는 음...
오빠랑 자주가던 빵집에 가서
오빠가 좋아하던 빵을
소포로 보내줄거야, 그러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오빠 몸 조심히 다녀와
그래,
니가 그렇게 말해 주니까 오빠가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을 거 같다.
 

(男子의 독백)

정말 괜찮겠니?
오빠가 곁에 없어도
정말 괜찮겠니?
그런데 왜 난 너를 보내기가 이렇게
이렇게 힘이 든거니?
너 술먹고 취해도
니 주정 받아주는 사람 이제 없는데
등 두들겨주며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냐며
너 걱정해 줄 사람 이제 없는데,
그래도
오빠 없이 정말 잘 살 수 있겠니?

유난히 전화하는 걸 좋아하는 니가
전화기를 열 때마다 보이는 오빠 사진이
너를 힘들게 하진 않겠니?
아침 잠이 많아
늘 학교에 지각을 해서 대신 자리를
맡아주던 오빠가 없는데,
이제 없는데
이제 그 모든 것이
모두가 현실인데 아프지 않겠니?
울지 않고 잘 지낼 수 있겠니?
잘 살 수 있겠니?

오빠 이제 들어가야 하는데
넌 왜 자꾸 웃니?
그리고 오늘따라 너의 웃는 모습이
왜 이렇게 슬퍼보이니...
차라리 마음껏 울면 안되겠니?
차라리 가지 말라며
안 가면 안되냐며
남아서 나랑 같이 행복하게 사랑하자며
억지라도 부리면 안되겠니?


(女子의 독백)

오빠...오빠, 미안해
난 아마 오빠에게 편지도
생일 선물도 주지 못할거 같아
이렇게 오빠가 옆에 있어도 오빠가 그리운데
어떻게 내가 오빠를 보내고
오빠 이름 석자를 기억해 가며 편지를 쓸 수가 있겠어
매일 밤 그리워하다가
그리움에 지쳐 잠이 들텐데

그리고 어떻게 내가
오빠랑 자주가던 빵집에 갈 수 있겠어
오빠랑 자주가던 길거리를 걷다가도
문득,
오빠가 내 옆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주체하지도 못하는 눈물이 흐를지도 모르는데
나 그만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아이처럼 돌려달라고
오빠 돌려달라고 때쓸지도 모르는데
정말 그럴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오빠
걱정하지마
난 오빠 끝까지 기다릴거야
아무리 멋진 남자가 나에게 다가와도
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 할거야
그래야, 나중에 오빠가 돌아오면
나 당당하게 오빠 품에 안길 수 있잖아
그리고, 오빠품에 안겨서 말할거야
나 그동안 정말 힘들었노라고,
이제 다시는
오빠를 어디에도 보내지 않겠다고...

그때,
어서 입소하라는 조교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짧은 머리가 어색해 쓴 모자를 벗기 시작했다

낯선 나의 짧은 머리를 보고
너는 울기 시작하고,
그런 너를
울지말라고, 제발 울지말라고 말리며
내 눈에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런게 생이별인가보다
차라리 생살을 찢고 싶은 이 순간
너무나 억울한,
억울한 눈물이 자꾸만 흐른다
온 몸을 떨며,
부르르 떨며 울고 있는 너를
눈물이 범벅이 되어 안아주며
차라리 이대로 죽고 싶어,
이대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너의 품안에 잠시 몸을 기대고...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하고
나 역시 너를 안았던 손을 조금씩 놓으며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고
니가 나를 사랑하는 것마저도 내가 미안하다
그냥 다 미안하다....
다시 너에게 돌아가는 날
이 모든 아픔 다 갚아주리라
그때까지 부디 아프지 말고
오빠 없다고 울지말고
잘살아줘

그때까지만
잘살아줘
그래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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