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 덮인 보리밭 위로 개밥바리기 뜨면
사람들의 마을엔 구수한 밥 내음
조그만 창마다 등이 켜지고
삽살개 짖는 소리 골목에 흩어진다
내가 떠나온 곳은 그 어디일까
내가 돌아갈 곳은 그 어디일까
바쁘게 움직이는 나날 속에서
난 나를 살고 있는 걸까
내 이름 하나 간직하기에도
너무 힘든 세상

2
둥근 언덕 위에 낡은 종탑이 보이고
어릴 적의 종소리 아득히 들려온다
잠든 겨울산 너머 늙은 달이 오르고
밤기차 바퀴 소리 철길을 달려간다
내가 걸어온 저 길은 저토록 먼데
내가 가야 할 길은 또 얼마나 남았을까
건조한 도시의 불빛 속에서
난 나를 살고 있는 걸까
내 얼굴 하나도 지키기에는
너무 힘든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