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람과 바람이 만나는 곳
그곳에 나는 조그만 촛불로 서 있고
어둠과 어둠이 만나는 곳
그곳에 나는 이름 낮은 민들레로 서 있구나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야 할까
내 한 몸 눕힐 곳 그 어디일까
너훌너훌 떠다니다가
저 하늘 끝자리 별이 될까
둥둥 덧없이 흐르다가
땅 끝 마을 장승이나 될까

2
소나기와 소나기가 만나는 곳
그곳에 나는 가난한 풀잎으로 서 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그곳에 나는 찌그러진 굴렁쇠로 서 있구나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야 할까
내 한 넋 눈뜰 곳 그 어디일까
이리저리 밟히다가
저 강에 출렁이는 노래가 될까
이 길 저 길 굴러다니다가
해 없는 마을 등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