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초(芭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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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초(芭蕉)

관리자 1 10768
저자 : 김동명     시집명 : 파초
출판(발표)연도 : 1938     출판사 : 함흥
파초(芭蕉)

김동명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1 Comments
가을 2006.04.05 10:58  
파초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감정이입(感情移入)과 의인화에 의존하고 있다. `조국을 언제 떠났노, /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라고 할 때 `조국'이나 `가련함'은 사실 파초의 것이 아니라 시인의 생각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슬픈 사람의 눈에는 보름달이 쓸쓸한 얼굴로 비치듯이 시인의 마음 속에 있는 어떤 생각들이 파초를 그처럼 여기게 하는 것이다.
파초는 그 조국(즉, 원산지)인 남국을 떠나 먼 나라에 와 있기에 고국을 향한 그리움이 간절하다. 그 쓸쓸한 모습은 경건하게 기도하는 수녀처럼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제3연에 와서 파초의 모습은 소낙비를 그리워하는 정열의 여인에 은유된다. 그 간절한 심정을 아는 `나'는 샘물이나마 길어 부어 주며 그를 위로하고자 한다. 이처럼 그가 파초를 간곡하게 보살피는 것은 그 외로움과 목마름이 바로 자신의 것과 같다고 여긴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한 느낌, 생각을 파초에 투영하고 있는 것일까? 제 4, 5연이 해석의 실마리를 내어 준다. 제4연에는 `이제 밤이 차다'는 구절이, 제5연에는 `우리의 겨울'이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 `밤', `겨울'은 물론 일차적으로는 말 그대로의 추운 시간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어떤 암시적 의미를 함축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시인 자신이 겪어야 했던 어두운 시대, 더 구체적으로는 일제 지배하의 시련기를 연상케 한다.
그렇게 볼 때 이 작품의 핵심인 파초는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 시인 자신의 괴로움과 소망이 담긴 시적 형상임이 분명해진다. 이 작품의 묘미와 호소력은 그것을 여성으로 의인화하여 `수녀, 정열의 여인, 그리운 치맛자락' 등으로 노래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있다. 특히, 파초의 잎사귀를 치맛자락으로 표현하여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라고 말하는 마지막 구절은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도 그것을 한 순간 시적으로 관조해 보려 하는 태도를 느끼게 한다. [해설: 김흥규]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