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아 내 가슴에 - 김남주
hanw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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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7 00:52
저자 : 김남주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학생들은 싸우고 있는데 바로 아래층에서
사흘 나흘 밥을 거부하며 싸우고 있는데
나는 위층에 앉아 밥을 먹고 있다
그들보다 넓은 공간에서 그들보다 많은 책을 쌓아놓고
밥을 입에 퍼담기는 하지만 그러나 넘어가지를 않는다
가시처럼 목구멍에 걸리고 눈에는 금세 눈물이 고인다
산다는 게 이런 것이냐----
나는 수저를 놓고 일어나 철창에 선다 멀리 침묵의
산이 보이고
청천하늘에는 잔별도 많고 이내 가슴에는 수심도 많고.....
정말이지 산다는 게 이런 것이냐
대답해다오 별아 내 가슴에
깜빡깜빡일 수 없는 눈짓의 신호만 보내지 말고
고개를 끄덕여주든지 설레설레 가로저어주든지
내가 묻는 물음에 대답해다오 침묵의 산아
"지는 싸움을 해서는 안된다
감옥에서는 특히 첫 싸움에서는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는 지지 않기 위해서는
싸움의 스물네 가지 측면을 검토해야 하고
준비없는 싸움을 시작해서는 아니된다"는
내가 세운 이 원칙이
악화된 처우의 개선을 위해 싸우고 있는
학생들의 싸움에 연대하지 않는 이유가 되겠느냐
내가 선뜻 이 싸움에 나서지 못하고 결단을 보류한 것은
그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냐
싸우닥 지기라도 하면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그것마저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냐
어느쪽이냐 별아 대답해다오
불허목록 철폐하라!
운동시간 연장하라!
독재정권 타도하자!
외치며 철문을 차며 싸우고 있는데
사흘 나흘 굶어가며 아래층에서는 싸우고 있는데
위층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나는
어느쪽이냐 침묵의 산아 대답해다오.
사흘 나흘 밥을 거부하며 싸우고 있는데
나는 위층에 앉아 밥을 먹고 있다
그들보다 넓은 공간에서 그들보다 많은 책을 쌓아놓고
밥을 입에 퍼담기는 하지만 그러나 넘어가지를 않는다
가시처럼 목구멍에 걸리고 눈에는 금세 눈물이 고인다
산다는 게 이런 것이냐----
나는 수저를 놓고 일어나 철창에 선다 멀리 침묵의
산이 보이고
청천하늘에는 잔별도 많고 이내 가슴에는 수심도 많고.....
정말이지 산다는 게 이런 것이냐
대답해다오 별아 내 가슴에
깜빡깜빡일 수 없는 눈짓의 신호만 보내지 말고
고개를 끄덕여주든지 설레설레 가로저어주든지
내가 묻는 물음에 대답해다오 침묵의 산아
"지는 싸움을 해서는 안된다
감옥에서는 특히 첫 싸움에서는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는 지지 않기 위해서는
싸움의 스물네 가지 측면을 검토해야 하고
준비없는 싸움을 시작해서는 아니된다"는
내가 세운 이 원칙이
악화된 처우의 개선을 위해 싸우고 있는
학생들의 싸움에 연대하지 않는 이유가 되겠느냐
내가 선뜻 이 싸움에 나서지 못하고 결단을 보류한 것은
그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냐
싸우닥 지기라도 하면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그것마저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냐
어느쪽이냐 별아 대답해다오
불허목록 철폐하라!
운동시간 연장하라!
독재정권 타도하자!
외치며 철문을 차며 싸우고 있는데
사흘 나흘 굶어가며 아래층에서는 싸우고 있는데
위층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나는
어느쪽이냐 침묵의 산아 대답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