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
hanw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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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7 10:44
저자 : 김남조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노래를 청하지 말아주십시오
이름을 부르지 말아주십시오
나의 검은 밤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뭇별 눈감겨 주십시오
작은 틈새라도 실오리만한 빛도 막아주십시오
구석진 나의 골방에서
흥건히 피를 쏟아야 할 시간입니다.
까닭을 묻지 마십시오
내 병을 따지려 들지 마십시오
그저 긴긴 밤이 있어야 한다고만 알아주십시오
돌기둥에 머리를 부딛고 죽고싶던
야문 납덩이같은 외롬도
이 밤엔 내 핏속에 빠져 가녀린 나비처럼
숨져야 한다고만 알아 주십시오
죽어가는 사람이 거짓을 말하지 않듯이
나오 이 밤에 거짓말을 아니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더불어 내가 왔고
사랑하는 사람과 더불어 내가 못간
그 한 가지밖에는
아무 설움도 보챈 일이 없었습니다
천심에 치솟던 피어린 연호
지심으로 부어 보낸 한없는 눈물
나의 이름을 불러 주지 마십시오
지금은 내 편히 쉴 그곳으로 어서 가렵니다
이따금
등혈같이 허줄한 가슴 붙안고
어린 아들처럼 안기려 오던
착한 내 사람 착한 내 사람
아무래도 목숨은 졌고
꽃잎인 양 훌훌 목숨은 졌고
남은 건 부디 수정같은 체념이어야
하겠습니다.
뭇별 눈감겨 주십시오
영원히 어둠으로 두어 주십시오
무덤엔 아무 말도 새기지 말아 주십시오
행여 슬펐다고 말을 전하지 마십시오
이름을 부르지 말아주십시오
나의 검은 밤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뭇별 눈감겨 주십시오
작은 틈새라도 실오리만한 빛도 막아주십시오
구석진 나의 골방에서
흥건히 피를 쏟아야 할 시간입니다.
까닭을 묻지 마십시오
내 병을 따지려 들지 마십시오
그저 긴긴 밤이 있어야 한다고만 알아주십시오
돌기둥에 머리를 부딛고 죽고싶던
야문 납덩이같은 외롬도
이 밤엔 내 핏속에 빠져 가녀린 나비처럼
숨져야 한다고만 알아 주십시오
죽어가는 사람이 거짓을 말하지 않듯이
나오 이 밤에 거짓말을 아니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더불어 내가 왔고
사랑하는 사람과 더불어 내가 못간
그 한 가지밖에는
아무 설움도 보챈 일이 없었습니다
천심에 치솟던 피어린 연호
지심으로 부어 보낸 한없는 눈물
나의 이름을 불러 주지 마십시오
지금은 내 편히 쉴 그곳으로 어서 가렵니다
이따금
등혈같이 허줄한 가슴 붙안고
어린 아들처럼 안기려 오던
착한 내 사람 착한 내 사람
아무래도 목숨은 졌고
꽃잎인 양 훌훌 목숨은 졌고
남은 건 부디 수정같은 체념이어야
하겠습니다.
뭇별 눈감겨 주십시오
영원히 어둠으로 두어 주십시오
무덤엔 아무 말도 새기지 말아 주십시오
행여 슬펐다고 말을 전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