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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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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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 고은-

hanwori 0 5771
저자 : 고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하루내내 뼈도 없고 뉘도 없는 만경강 갯벌에 가서
그 아득한 따라지 갯벌 나문재 찾아 발목 빠지다가 오니
북두칠성 푹 가라앉은 신새벽이구나 단내 나는구나
곤한 몸 누일 데 없이 보리쌀 아시 방아 찧어야지
도굿대 솟아 캄캄한 허공 치고 내려 찧어 땅 뚫는구나
비오는 땀방울 보리쌀에 뚝뚝 떨어져 간 맞추니
에라 만수 그 밥맛에 어린것 쑥 자라나겠구나
여기말고 어디메 복받치는 목숨 따로 부지하겠는가
이 땅의 한 아낙의 목숨이 어찌 만 목숨 살리지 않겠는가
충청도 장항에서 흐린 물 느린 물 건너
삐그덕 가마 타고 시집 온 이래 그 고생길 이래
된장 간장 한 단지 갖추지 못한 시집살이에 몸 담아
첫 아들 낳은 뒤 이틀 만에 그놈의 보리방아 찧어
두벌 김매는 논에 광주리 밥 해서 이고 나가니
산후 피 펑펑 쏟아 말 못할 속곳 다섯 벌 빨아야 했다
그러나 바지랑대 걸음걸이 한번 씨원씨원해서
보라 동부새바람 따위 일으켜 벌써 저만큼 가고 있구나
갖가지 일에 노래 하나 부르지 못하고 보리고개 봄 다 가고
여름 밭 그대로 두면 범의 새끼 열 마리 기르는 폭 아닌가
우거진 풀 가운데서 가난 가운데서 그놈의 일 가운데서
나의 어머니 나의 어머니 어찌 나의 어머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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