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愛馬) '한쓰'와 함께 -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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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愛馬) &#039;한쓰&#039;와 함께 - 고은-

hanwori 0 4465
저자 : 고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오늘 새벽, 수수잎새 같은 옷을 걸치고
나는 사세마(四歲馬) &#039;한쓰&#039;를 타자 마구 달렸다.
처음 곡식을 거둔 빈 밭에는 채일 것이 없다.

내가 달릴 때 말이 먼저 요왕교부(敎父)네 종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내 귀는 말의 귀에 대고 어렴풋이 들었다.

아직 주홍(朱紅)꽃신을 제품에 안고 내 외동딸은 쌕쌕거리겠지,
내가 돌아오면 네가 처녀가 되어 있으면, 첫째 &#039;한쓰&#039;가 놀라리라.

어느덧 우리는 하얀 길을 달리는구나.
말 고삐를 나꿔채지 않아도
&#039;한쓰&#039;는 내 마음을 이미 알고 있다.

새벽 길은 남은 가을 끝이 여기저기 잠들었고
침착한 대기(大氣)뿐, 캐비지밭을 끼고 밤은 지새었구나.

모처럼 외동딸을 피해, 어린 시절의 마을 장님 노래와
대만(臺灣)까지는 이틀이면 갈 바다와 박쥐들과……
내 &#039;한쓰&#039;는 그런 것을 내게 주면서 달린다.

어디로 가는 것인가. 내 두 다리는 말의 옆구리에 맡길 뿐이다.
그러면 &#039;한쓰&#039;는 새벽꿈이 주인 때문에 끊겼다고 투덜대다가 비는구나.

몇 십년(十年) 동안 농부는 밭에 있으나, 아직 새벽 밭은 비어 있고,
지난 여름 하늘의 곰별자리 밑께로 &#039;한쓰&#039;는 멈춘다.
내가 앞으로 가슴이 밀리다가 내리고 안장은 따뜻한 채 기다리리라.

그러나 파리가 뜯어먹은 흉터장이 &#039;한쓰&#039;야, 우리는 어서 돌아가자
이제 신 한 짝이 품에서 내려지고 외동딸이 깨일 아침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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