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밀회 - 고은-
hanw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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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8 15:51
저자 : 고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또다시 나는 새벽마다 무덤에 가야 한다.
나와 함께 삼나무 묘판(苗板)을 만들고
내 세수하는 물과 마실 물을 떠다 주고
기꺼이 먼 심부름도 해 준 애의 무덤에 가야 한다.
무덤은 질투(嫉妬)의 바다가 일어나는 언덕에 있고
어제 다친 발을 나는 거기 가서 벗어야 한다.
내 약속과 돌들이 살아 있기 때문에 새벽 돌길은 매우 험하다.
그 무덤 가에서 벌써 연인(戀人)은 기다린다.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는냥
새벽 바다에서 온 바람을 치마에 받고 있다.
오오 그렇게도 단정한 연인(戀人)아.
새벽마다 만나도 항상 바다는 그대 앞에 깨어 있고,
그렇게도 단정하게 자고 난 연인(戀人)아.
그대가 무덤 가에서 미안한듯 내 품 안을 밀고
어디선가 첫 숫꿩 울음소리가 무덤을 깨우며 지나간다.
그러나 무덤은 나더러 아직 길이 멀다고
오래 있다가 오라고 부탁한다.
오오 새벽에 만나는 바다와
나의 심부름꾼 무덤과
나의 잉태한 연인(戀人)아.
이제 마지막 별들이 찔끔찔끔 서두르고 있을 때
나는 바다로부터 솟아난 비(碑)가 되고
차라리 연인(戀人)은 무덤에게 맡겨야 한다.
곧 말들이 모여 바쁜 꼬리로 나올 것이다.
새벽 연인(戀人)아, 그대의 마을 일을 오늘 하루만 도울 수 없다.
나는 이사장(理事長)네 배에 몇 백관(百貫)의 햇빛을 실어야 한다.
나와 함께 삼나무 묘판(苗板)을 만들고
내 세수하는 물과 마실 물을 떠다 주고
기꺼이 먼 심부름도 해 준 애의 무덤에 가야 한다.
무덤은 질투(嫉妬)의 바다가 일어나는 언덕에 있고
어제 다친 발을 나는 거기 가서 벗어야 한다.
내 약속과 돌들이 살아 있기 때문에 새벽 돌길은 매우 험하다.
그 무덤 가에서 벌써 연인(戀人)은 기다린다.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는냥
새벽 바다에서 온 바람을 치마에 받고 있다.
오오 그렇게도 단정한 연인(戀人)아.
새벽마다 만나도 항상 바다는 그대 앞에 깨어 있고,
그렇게도 단정하게 자고 난 연인(戀人)아.
그대가 무덤 가에서 미안한듯 내 품 안을 밀고
어디선가 첫 숫꿩 울음소리가 무덤을 깨우며 지나간다.
그러나 무덤은 나더러 아직 길이 멀다고
오래 있다가 오라고 부탁한다.
오오 새벽에 만나는 바다와
나의 심부름꾼 무덤과
나의 잉태한 연인(戀人)아.
이제 마지막 별들이 찔끔찔끔 서두르고 있을 때
나는 바다로부터 솟아난 비(碑)가 되고
차라리 연인(戀人)은 무덤에게 맡겨야 한다.
곧 말들이 모여 바쁜 꼬리로 나올 것이다.
새벽 연인(戀人)아, 그대의 마을 일을 오늘 하루만 도울 수 없다.
나는 이사장(理事長)네 배에 몇 백관(百貫)의 햇빛을 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