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서 - 김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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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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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서 - 김광규

hanwori 0 5812
저자 : 김광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아무런 기억도 없이
어둠의 몸을 빌어 태어났다
그것은 부모의 바람일 수도 없고
자식의 선택도 아니며
동회에 신고할 사항도 못된다
어둠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밝은 세상에서 살고 싶을 뿐
재산도 부채도 상속받고 싶지 않다
세상이 어둡다면 밝히고
견딜 수 없이 컴컴하다면
환하게 바꾸어야 한다
뜻대로 바꿀 수 없으면
견디지 말고
그대로 익숙해지지 말고
느닷없이 목숨을 끊지도 말고
스스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헛된 희망을 가르치기보다
차라리 절망을 되풀이하면서
지금 여기서
몇 번이고 거듭 태어나
세상을 밝혀야 한다
다시 태어날 수 없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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