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일기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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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9 05:01
저자 : 이탄-
시집명 : 바람 불다
출판(발표)연도 : 1967
출판사 : 장문사
더러운 日記
이 탄
『大學敎授가 돈맛을 보니 좋더라』던 敎授의 말이 생각난다. 『지나가는 택시가 엘리엇이고 그게 바로 名詩라던 주름진 詩人의 말도 생각난다.
童貞이냐고 물어보던 女人의 말도, 하얀 얼굴과 개(犬)와의 관계를 부인하던 편지의 句節도, 우습다는 그 짧은 어휘도, 잘 해보라는 친구의 말도,
건강을 조심하라는 빼짝마른 친구의 말도,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치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간 女人의 일이라든지, 어차피 잔인한 게 사람이 아니냐고, 흥 코웃음치던 女人의 말같은 것만이 가득한 요즈음.
아스팔트 길이 푹푹 시렁창처럼 느껴지는
밤길에 돌아와 술취한 손으로 日記를 쓴다.
나의 손으로 「어머니」의 이름을 쓸 수 없다.
나의 손으로는 「가정」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
나의 손으로는 「사랑」이라는 말을 쓸 수 없다.
나의 손으로는 「과학」이라는 말을 쓸 수 없다.
나의 日記帳에 적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日記帳에선 무엇인지 찡그리게 만드는 냄새 뿐…… 깨끗한 낱말은 도시 떠오르지 않는다.
이 탄
『大學敎授가 돈맛을 보니 좋더라』던 敎授의 말이 생각난다. 『지나가는 택시가 엘리엇이고 그게 바로 名詩라던 주름진 詩人의 말도 생각난다.
童貞이냐고 물어보던 女人의 말도, 하얀 얼굴과 개(犬)와의 관계를 부인하던 편지의 句節도, 우습다는 그 짧은 어휘도, 잘 해보라는 친구의 말도,
건강을 조심하라는 빼짝마른 친구의 말도,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치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간 女人의 일이라든지, 어차피 잔인한 게 사람이 아니냐고, 흥 코웃음치던 女人의 말같은 것만이 가득한 요즈음.
아스팔트 길이 푹푹 시렁창처럼 느껴지는
밤길에 돌아와 술취한 손으로 日記를 쓴다.
나의 손으로 「어머니」의 이름을 쓸 수 없다.
나의 손으로는 「가정」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
나의 손으로는 「사랑」이라는 말을 쓸 수 없다.
나의 손으로는 「과학」이라는 말을 쓸 수 없다.
나의 日記帳에 적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日記帳에선 무엇인지 찡그리게 만드는 냄새 뿐…… 깨끗한 낱말은 도시 떠오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