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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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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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름

김종제 0 766
저자 : 김종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나의 현재는 죽은 소리일 뿐이다
유리 속에 갇혀 박제가 된 소리일 뿐이다
무덤속 정지된 상태의 비명일 뿐이다
잠깐의 외침을 위해서
아우성을 위해서
저 아랫 동네 깊은 곳에서
오랫 동안 잠을 자다가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나 보니
장마는 붉은 신호 아래 멈추어 섰고
빗줄기에 두들겨 맞은
세상은 용광로처럼 달궈져 있었다
그렇다 나의 현재는
누군가의 뜨거운 입속에 들어가 있었다
거적때기 긴 혀로 둥글게 감아서
나를 꿀꺽 삼켜 버리고
저 길고도 긴 창자와도 같은
동굴을 헤치고 나오는 동안
나의 몸은 분해되고 나의 정신은 해체되었다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듯
단단한 씨만 남겨 놓고
나의 모든 것은
다시 지필 불 덩어리 하나로만 남았다
나에게서 현재란
너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뜨거운 너를 삼켜 버리고
너의 존재를 토막 토막 잘라내서
다시 꽃 필 씨앗으로 만드는 것이다
죽은 듯이 네 속에 있다가
구름 걷히고 태양이 찬란하게 비추는 여름
너의 어두운 눈을 뚫고 두터운 살갗을 뚫고
나의 현재는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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