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의자
김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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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5 10:24
저자 : 김종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나의 골방 한쪽 책상에 붙어
낡아 흔들리며 삐걱거리는소리를 내는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서 받은
무릎관절을 가져서
더 이상 몸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무엇이라도 제게 손길 닿는 것 있다면
한 순간에 허물어지고 말겠다고
팔짱 낀 채 벽에 등 기대어
나를 멀리하고 서 있는
저 의자를
한동안 사랑한 적이 있었지
처음에는 저도 인적 드문
어느 고요한 산골을 거닐면서
불어오는 남동풍에 머리카락 흩날리다가
흐르는 시냇물 바라보면서
꿈을 꾸듯 깊은 사색에 잠겨 있었을거야
어느날 누군가가 그를 붙들어
날카로운 톱으로 발목을 베어버리고
망치로 여기 저기 아프게 못을 박아
등 밟고 올라서는
주인을 섬기는 노예로 만들어 버렸지
마치 한 사람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여인처럼
그가 평생 했던 것은
원할 때마다 거부하지 않고
내몸을 거뜬하게 받아주는 것이었어
그러나 이제 내가 앉을 자리가 없으니
이제 내가 너의 종이 되겠다
나를 밟고 올라 서라
내 몸을 구부려 네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영원히 너의 의자(椅子)가 되어 줄 것이니
낡아 흔들리며 삐걱거리는소리를 내는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서 받은
무릎관절을 가져서
더 이상 몸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무엇이라도 제게 손길 닿는 것 있다면
한 순간에 허물어지고 말겠다고
팔짱 낀 채 벽에 등 기대어
나를 멀리하고 서 있는
저 의자를
한동안 사랑한 적이 있었지
처음에는 저도 인적 드문
어느 고요한 산골을 거닐면서
불어오는 남동풍에 머리카락 흩날리다가
흐르는 시냇물 바라보면서
꿈을 꾸듯 깊은 사색에 잠겨 있었을거야
어느날 누군가가 그를 붙들어
날카로운 톱으로 발목을 베어버리고
망치로 여기 저기 아프게 못을 박아
등 밟고 올라서는
주인을 섬기는 노예로 만들어 버렸지
마치 한 사람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여인처럼
그가 평생 했던 것은
원할 때마다 거부하지 않고
내몸을 거뜬하게 받아주는 것이었어
그러나 이제 내가 앉을 자리가 없으니
이제 내가 너의 종이 되겠다
나를 밟고 올라 서라
내 몸을 구부려 네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영원히 너의 의자(椅子)가 되어 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