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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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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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일기

가을 0 880
저자 : 김시탁     시집명 : 아름다운 상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문학마을사
바다일기

김시탁


바다에 갔지요
이별하러 갔지요
가방을 벗어놓고
담배를 물었지요
바다가 담배를 피웠어요
술병을 열자
파도가 달려와 마셨지요
떠나려는 발목을
해변이 휘어잡더니
가슴에 쓰러지는 그녀를
해풍이 냅다 밀었어요
가슴이 아려오자
꺼억꺼억 기러기가 대신 울어주었지요
멀리 바다가 보이는 해안선 끝으로
통통배 통통통 떠나가고 있었지요
썰물처럼 밀려간 내 사랑
거기 태워보냈지요
해안선에 걸려 퍼덕이던 햇살도
벌겋게 피멍만 들고 죽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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