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을 보며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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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6 01:59
저자 : 김시탁
시집명 : 아름다운 상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문학마을사
가을 숲을 보며
김시탁
고여있는 숲을 바람이 흔듭니다. 산새에 파 먹힌 붉은
시간들이 피를 흘립니다. 붉은 피를 본 소나무 하나가
시퍼렇게 질려 온몸을 떨고 서 있습니다. 제 살을 파
먹는 딱따구리를 고목은 나무라지 않습니다. 숲은 아
무도 자기 자리를 이탈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로
어깨를 걸고 가슴을 비빕니다. 시린 햇살 한 조각도
나누어 먹으며 한 목소리로 소리를 만듭니다. 한번씩
계절의 불심검문에 숲 속의 나무들도 일제히 고개를
숙입니다. 파란 하늘을 쓱쓱 쓸어 이마가 벌겋게 달아
올라도 한번도 온몸을 눕혀 잠들어 본 적이 없습니
다. 자기 몫의 바람을 가지에 걸고 숲의 대열을
이탈하지 않습니다. 함께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탈하지 않습니다.
김시탁
고여있는 숲을 바람이 흔듭니다. 산새에 파 먹힌 붉은
시간들이 피를 흘립니다. 붉은 피를 본 소나무 하나가
시퍼렇게 질려 온몸을 떨고 서 있습니다. 제 살을 파
먹는 딱따구리를 고목은 나무라지 않습니다. 숲은 아
무도 자기 자리를 이탈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로
어깨를 걸고 가슴을 비빕니다. 시린 햇살 한 조각도
나누어 먹으며 한 목소리로 소리를 만듭니다. 한번씩
계절의 불심검문에 숲 속의 나무들도 일제히 고개를
숙입니다. 파란 하늘을 쓱쓱 쓸어 이마가 벌겋게 달아
올라도 한번도 온몸을 눕혀 잠들어 본 적이 없습니
다. 자기 몫의 바람을 가지에 걸고 숲의 대열을
이탈하지 않습니다. 함께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탈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