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어 아저씨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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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6 02:02
저자 : 김시탁
시집명 : 아름다운 상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문학마을사
뻥 뚫어 아저씨
김시탁
우리 동네 하 씨 아저씨
뻥 뚫어 아저씨
동네 막힌 하수구나 변기를 모두
뻥뻥 뚫어주시던 하 씨 아저씨가
돌아가셨다
동네 골목마다 다니시며
막힌 구멍 뚫으라고 뻥뻥 소리치시던
하 씨 아저씨가 식구들 가슴에
큰 구멍 하나를 뚫어놓고
어젯밤에 돌아가셨다
의사는 死因을
급성체증으로 인한 심근경색이라고
사망진단서에 적었다
막힌 하수구나 변기뿐 아니라
배수구나 수도배관까지
막힌 구멍들은 모두 시원하게
뚫어주던 아저씨
세상의 막힌 구멍들을 뻥뻥
뚫어주던 아저씨가
정작 제 가슴에 막힌 구멍 하나를
뚫지 못해 돌아가셨다
고 하종각 신위
영안실에 안치된 위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저씨의 이름
동네 아이들이나 어른들도
쉽게 부르던
뻥 뚫어 아저씨가
낯선 이름으로 누워 있었다.
김시탁
우리 동네 하 씨 아저씨
뻥 뚫어 아저씨
동네 막힌 하수구나 변기를 모두
뻥뻥 뚫어주시던 하 씨 아저씨가
돌아가셨다
동네 골목마다 다니시며
막힌 구멍 뚫으라고 뻥뻥 소리치시던
하 씨 아저씨가 식구들 가슴에
큰 구멍 하나를 뚫어놓고
어젯밤에 돌아가셨다
의사는 死因을
급성체증으로 인한 심근경색이라고
사망진단서에 적었다
막힌 하수구나 변기뿐 아니라
배수구나 수도배관까지
막힌 구멍들은 모두 시원하게
뚫어주던 아저씨
세상의 막힌 구멍들을 뻥뻥
뚫어주던 아저씨가
정작 제 가슴에 막힌 구멍 하나를
뚫지 못해 돌아가셨다
고 하종각 신위
영안실에 안치된 위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저씨의 이름
동네 아이들이나 어른들도
쉽게 부르던
뻥 뚫어 아저씨가
낯선 이름으로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