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未來), 가을
김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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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6 12:21
저자 : 김종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나의 미래는 개벽이다
나의 미래는 겨울의 얼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내속의 다른 내가 숨어 있어서
바닷속에서 뛰쳐나오고
다른 나와 싸우던
또 다른 내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지각변동을 하는 것이다
가을 추수 뒤의 빈 논밭 같은 나에게
불을 놓아 태우면
일년 하고 열두 달 동안
우주까지 연기와 재가 자욱하게 퍼져
해와 달이 빛을 잃는다던가
한 번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병겁이 창궐한다던가
몸 밖으로 한 발자욱도 나오지 못하고
단단한 껍질 속에서 숨 죽이고 있는
나의 미래는 가을의 열매다
과수원 나무에 십자가처럼 나를 매달고
두 팔로부터 뻗어나간 덩굴에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열린
포도 송이를 하나씩 잘라내면
먼저 내가 딛고 섰던
땅이 갈라지고 나의 발바닥이 갈라지고
그 다음에 화산이 폭발하고
나의 눈이 나의 입이
나의 마음이 차례대로 폭발하고
마지막으로
나의 내일도 폭발하고 나면
내속에 오롯이 간직한 사랑 하나만
남아 있을 것이다
나의 미래는 겨울의 얼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내속의 다른 내가 숨어 있어서
바닷속에서 뛰쳐나오고
다른 나와 싸우던
또 다른 내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지각변동을 하는 것이다
가을 추수 뒤의 빈 논밭 같은 나에게
불을 놓아 태우면
일년 하고 열두 달 동안
우주까지 연기와 재가 자욱하게 퍼져
해와 달이 빛을 잃는다던가
한 번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병겁이 창궐한다던가
몸 밖으로 한 발자욱도 나오지 못하고
단단한 껍질 속에서 숨 죽이고 있는
나의 미래는 가을의 열매다
과수원 나무에 십자가처럼 나를 매달고
두 팔로부터 뻗어나간 덩굴에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열린
포도 송이를 하나씩 잘라내면
먼저 내가 딛고 섰던
땅이 갈라지고 나의 발바닥이 갈라지고
그 다음에 화산이 폭발하고
나의 눈이 나의 입이
나의 마음이 차례대로 폭발하고
마지막으로
나의 내일도 폭발하고 나면
내속에 오롯이 간직한 사랑 하나만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