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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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가을 0 890
저자 : 조수옥     시집명 : 어둠 속에서 별처럼 싹이 트다
출판(발표)연도 : 2002     출판사 : 갈무리
겨울나무

조수옥


잿빛 언 하늘이
쩍쩍 소리를 내지르고 있다
산꼭대기에서 톱날 같은 바람이
뛰어 내릴 때마다 나무는
껍질 속에서 바람의 모습을 보며
뿌리 하나로 온 산을 껴안는다
"그래, 나는 내 가슴에 겨울을 심기 위해
땅에 이파리 모두 떨구었지"

눈물 썩어 환생하는 날을 위해 날마다
수액 빚어 밑동 데피는 나무
시퍼렇게 날선 바람 앞에서도
가지 끝마다 살아 꿈틀거리는 것은
초록의 불씨를 틔우기 위해
눈물겨운 사랑을 치고 있기 때문이리
울창한 평화의 노래를 부리기 위해서리

맴찬 어둠이 뺨을 때리는 산비탈에서
눈을 밝혀 영차영차
산 오르는 나의 겨울나무여
너로 인해 산이 저렇게 살아 있음을
희망은 마음의 뿌리에서 솟아 나오리니
절벽인들 올라가지 못하랴
靑峰 바라보는 네 눈빛
가지 뻗어 네 이웃들의 가슴에 귀 기울여 다오

뿌리 하나로 바위의 무게를 가늠하며
바위의 힘을 쪼갤 줄 아는
침묵의 지혜를 내게 말해 다오
한평생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네 길을 청청히 걸어가는 너는
결코, 이 결빙의 계절에도
외롭지 않으리 춥지 않으리
내 언 가슴에 고동치는 겨울나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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