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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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가을 0 899
저자 : 조수옥     시집명 : 어둠 속에서 별처럼 싹이 트다
출판(발표)연도 : 2002     출판사 : 갈무리
유년시절

조수옥


1
사진첩 열면
지금도 내 열 살의 바다에 뛰노는 인빛 물살들
까치발로 수평선 너머 바라보면
푸르게 기지개 켜는 하늘
키 큰 하늘은 하루종일 해를 데리고 놀다가
구름 속에 숨겨 놓기도 하고
온몸 퍼렇게 멍이 들도록
파도의 잎사귀에 찔리다 보면
해풍은 어머니 손길처럼
까까머리 어루만져 주었지

정오의 뜨거운 태양에 발 묶인
한 컷의 고향 바다

나는 모래 위에 정박중인 발자국들을
하나씩 하나씩
호명해 본다

2
추억의 살구나무에 별빛 초롱초롱 열렸다
불혹의 바람이 나무 밑동을 흔들어 대자
우수수 떨어지는 유년의 별똥
손으로 주워 만져도 보고 소매에다 쓱쓱
문질러 입 속에 넣어 풍선처럼 부풀리다
문득, 서쪽 하늘 어깨 너머로
재빨리 몸을 숨기는
꼬립졀 하나, 누구일까

내 가슴의 저편에 눈물꽃으로 지는 그대는

3
가을걷이가 끝난 뒤 들녘에서 연을 날린다
몇 번인가 논바닥에 곤두박질치다가
마침내, 유년의 하늘에 불길처럼
바람의 타고 치솟는 가오리가오리연
손끝 하나로 내 꿈의 질량을 가늠하던 시절
볏짚에 씽씽 겨울바람 태우며
젖은 가슴 말리던
청보리 같은 녀석들, 그 불티 보인다

어둑어둑 들쥐처럼 마을로 들어서던
먼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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