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물줄기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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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물줄기 따라

가을 0 898
저자 : 조수옥     시집명 : 어둠 속에서 별처럼 싹이 트다
출판(발표)연도 : 2002     출판사 : 갈무리
외로움은 물줄기 따라

조수옥


살아 있는 것들은 저마다 움직인다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 물줄기
나를 끌며 어디로 가자고 하는 것인지
늦가을 바람이 갈대들의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있다
세상에 길 하나 트는 것이
뒤돌아 볼 틈도 없이
온몸 적셔 서둘러 가는 것이라면
네게 빚진 것밖에 없는 나는
조용히 묵상에 잠길 일이다

외로움은 한 곳에 머물지 못한다
얼마나 외로우면 강물은 무리지어 흐르느냐
모두가 한 방향 한 마음이다
지칠 줄 모르는 네 푸른 정맥이 모여
강을 이루고 메마른 땅을 적시느니

너 외로워 날마다 물살로 소리치고
나 외로워 날마다 그 소리 눈물로 듣나니
바람에 헌 책장처럼 흔들리는 빈 들녘에다
나는 더 이상 무엇을 가득 채워
너를 가까이 바라볼 수 있을까
살아 생전 제 길을 꽃 피우지 못하면
죽어 이승길 어찌 눈감을 수 있을까

길섶에 저무는 쓸쓸한 문장들이
하나 둘씩 강물에 지워진다
무심한 것은 흐르는 강물이 아니라
늪 속에 갇혀 앞을 보지 못했던
깜깜한 날들이네
물줄기는 끊임없이 길을 생성하나니
그 외로움 데불고 함께 사는 일
물줄기 따라 쉼 없이 흐르는 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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