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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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7 00:19
저자 : 조수옥
시집명 : 어둠 속에서 별처럼 싹이 트다
출판(발표)연도 : 2002
출판사 : 갈무리
까치집
조수옥
1
개울이 흐르는 밭둑에 포플러 한 그루 서 있다
가지에서 진초록 이파리들이 앞다투어
돋아나기 시작했다
멀리 흙먼지 날리는 좁은 길로
가끔씩 경운기가 지나가고
초가집 몇 그루 추억처럼 서 있는 산골에
산벚꽃이 흰 연기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까치부부는 열심히 집을 짓기 시작했다
입으로 물어나른 삭정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쌓여 갔다
가끔 미풍이 찾아와
그들의 땀을 닦아주곤 했다
바람 불고 비가 와도
집 짓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은 가장 높은 나뭇가지 끝에
까치 소리가 깃발처럼 펄럭였다
2
묵정밭에 잡풀들이 푸른 지붕을 만들고 있었다
키 작은 민들레도 뒤질세라
지붕을 노랗게 색칠하고 있었다
땅을 비집고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사이로
나비들이 꽃을 피우듯 날아 다녔다
밭둑에 앉은 까치부부는
잠시 저들의 노역을 바라보다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3
하늘에서 실버들 같은 비가 몇 차례 내렸다
잎들이 제법 포동포동해질 무렵
포플러 나무 꼭대기에
작은 너와집 한 채가 들어섰다
틈새로 하늘이 여럿 보였지만
그것은 창문이었다
그날 저녁 무렵부터 불빛이 새어나왔다
노을이 창문마다 불을 켜기 시작하자
포플러 잎새들의 노래 소리가
귀 끝에 향기로웠다
조수옥
1
개울이 흐르는 밭둑에 포플러 한 그루 서 있다
가지에서 진초록 이파리들이 앞다투어
돋아나기 시작했다
멀리 흙먼지 날리는 좁은 길로
가끔씩 경운기가 지나가고
초가집 몇 그루 추억처럼 서 있는 산골에
산벚꽃이 흰 연기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까치부부는 열심히 집을 짓기 시작했다
입으로 물어나른 삭정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쌓여 갔다
가끔 미풍이 찾아와
그들의 땀을 닦아주곤 했다
바람 불고 비가 와도
집 짓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은 가장 높은 나뭇가지 끝에
까치 소리가 깃발처럼 펄럭였다
2
묵정밭에 잡풀들이 푸른 지붕을 만들고 있었다
키 작은 민들레도 뒤질세라
지붕을 노랗게 색칠하고 있었다
땅을 비집고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사이로
나비들이 꽃을 피우듯 날아 다녔다
밭둑에 앉은 까치부부는
잠시 저들의 노역을 바라보다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3
하늘에서 실버들 같은 비가 몇 차례 내렸다
잎들이 제법 포동포동해질 무렵
포플러 나무 꼭대기에
작은 너와집 한 채가 들어섰다
틈새로 하늘이 여럿 보였지만
그것은 창문이었다
그날 저녁 무렵부터 불빛이 새어나왔다
노을이 창문마다 불을 켜기 시작하자
포플러 잎새들의 노래 소리가
귀 끝에 향기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