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빨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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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빨래이고 싶다

가을 0 1265
저자 : 조수옥     시집명 : 어둠 속에서 별처럼 싹이 트다
출판(발표)연도 : 2002     출판사 : 갈무리
나는 너의 빨래이고 싶다

조수옥


나는 봄 햇살 가지에 나부끼는
너의 빨래이고 싶다

힘든 노동에
목덜미가 닳고 팔다리가 해졌어도

너의 때절은 삶을 말끔히 헹궈 낸
빨래이고 싶다

한때 지지리도 못난 놈이라고
너를 경멸도 했지만

그래도 꿋꿋이 살아가는
너의 당찬 모습을 보면

나는 네 몸에 뽀송이 잘 마른
한 벌 희망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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