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들이 길을 간다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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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7 00:20
저자 : 조수옥
시집명 : 어둠 속에서 별처럼 싹이 트다
출판(발표)연도 : 2002
출판사 : 갈무리
가로수들이 길을 간다
조수옥
가로수들이 길을 가기 시작한다
약국 앞의 은행나무도 벚나무도
푸른 팔을 흔들며 길을 간다
겨울 내내 저들의 침묵은 힘이었나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는 이파리들
나는 긴 겨울을 보내고도
새순 하나 내밀지 못했는데
힘차게 가지 뻗어 잎을 틔우며
제 길을 가는 가로수를 보면
문득 지난 겨울 눈보라를 맞던
가지들이 생간난다 아니다,
가지들은 눈보라를 후려치고 있었다
그때마다 땅에 곤두박질치던 눈보라
그 가지들이 다시 일가를 이뤄
한 생의 푸른 물길을 튀우기 위해
도심 속을 걸어가고 있다
조수옥
가로수들이 길을 가기 시작한다
약국 앞의 은행나무도 벚나무도
푸른 팔을 흔들며 길을 간다
겨울 내내 저들의 침묵은 힘이었나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는 이파리들
나는 긴 겨울을 보내고도
새순 하나 내밀지 못했는데
힘차게 가지 뻗어 잎을 틔우며
제 길을 가는 가로수를 보면
문득 지난 겨울 눈보라를 맞던
가지들이 생간난다 아니다,
가지들은 눈보라를 후려치고 있었다
그때마다 땅에 곤두박질치던 눈보라
그 가지들이 다시 일가를 이뤄
한 생의 푸른 물길을 튀우기 위해
도심 속을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