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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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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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

가을 0 976
저자 : 조수옥     시집명 : 어둠 속에서 별처럼 싹이 트다
출판(발표)연도 : 2002     출판사 : 갈무리
고드름

조수옥


  한겨울 초가집 처마 끝에
주렁주렁 매달리던 고드름을 따서
어금니로 꽉 깨물면 잇속으로 파고드는
맵찬 겨울 바람 지금도 내 입 속에서
휘몰아치는 듯하다 더러 지푸라기도 나와
지난 가을 냄새도 씹히곤 했었지
고드름을 타고 내리던 시린 햇빛 뚝뚝
눈물처럼 떨어지면 한 뼘 겨울해도 서둘러
내 유년의 동산을 넘어가고 귓속에서
문풍지가 창백하게 울던 밤 처마끝에서 밤새
자라난 시퍼런 겨울 뿌리들이 아침을 밀고
나와 찢어진 창호지 틈으로 나를 불러내던
추억의 내 얼음 기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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