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 듁부인 슈졀가(烈女竹婦人守節歌) - 최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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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 듁부인 슈졀가(烈女竹婦人守節歌) - 최범영

최범영 0 1117
저자 : 최범영     시집명 : 연이 걸린 둥구나무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열여 듁부인 슈졀가(烈女竹婦人守節歌)>

                                        최범영

젊은 청춘 끓는 원기 하늘을 찔러있고
밤만 되면 서방님과 뒤치고 엎어치어
기가 넘친 정열부인 서방님을 잡았더라
훌훌 떠난 서방님아 무심쿠나 애닲구나
정염의 훈기 뿜어내어 동네수캐 달려드나
누구도 맘에 안 차 눈길 한번 안 주더니
임오년 단오날에 그네타러 나갔다가
첫눈 반해 눈 뒤집혀 상사병에 꼴딱꼴딱
그를 본 남정네가 보쌈을 해 갔다더라

사람 살이는 돈도 좋고 수절도 좋다지만
끓어오르는 불꽃일랑 어디서도 못 끄올 새
샛서방을 만나라도 살 수 밖에 없었으니
샛서방 만나 도는 생기 사방으로 뻘쳐지고
팔난봉이 샛서방도 죽부인만 탐을 할 새
동네 수캐 안 흘겨보고 덤비는 놈 없었더라
하늘 주신 인연일랑 참말로 얄궂구나
진작에 인연 됐었으면 서방 잡진 않으련만
후여후여 내쉬는 한숨 끝이 없이 퍼지더라

그리 그리 살다가는 쉰해를 더 보낸 뒤에
하늘이 불러재치니 훠이훠이 떠나가네
먼저 간 서방 겁이 나고 오던 길이 아득쿠나
가는 길 돌아 보니 살던 서방 옷은 있으되
몸은 나무 되었으니 샛서방님 어디 있소
보고지고 보고지고 늦생 서방 보고지고
그럼 좋다 얼싸좋다 청상수절 어절씨고
나를 아는 후손들아 수절비를 세워두고
내 살던 집 대문에는 홍살문을 세워다오

내 평생에 외간 남자 맞은 적도 없었더니
죽어야 승이 난다 이런 때 쓰는 말이로다

(2004/7/28)

*더위에 죽부인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모두 건안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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