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가을
9
1080
2004.07.29 12:05
저자 : 윤진희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4
출판사 :
4월
윤진희
발그레한 분홍빛 뺨, 촉각 곤두세운 4월의 어느 밤,
벚꽃처럼 너는 그리 걸었다
너를 아는 눈짓들이 다가오면 입가의 양꼬리를 살짝 올리고
벚꽃처럼 너는 그리 웃었다
다만 본 건 달빛이었다. 웃는다, 운다, 텅빈 눈으로
어둔 밤, 사랑할 것이 없고 그래서 그리워할 것이 없고 더는 잊을 것이 없는 너의 텅빈 눈은 숨기 좋았다
그런 즘, 새까만 밤이 온몸을 부르르 떨던 그 즈음에
존재 모를 바람이 불어 벚꽃이 흩어지고 꼭 그처럼 네가 스러져갔다 운다 온몸을 흔들고서 바람이 흔들어 오는 거라고, 아니해도 될 변명을 늘어놓으며 설움에 복받쳐 우는 네 뺨 위로 눈물인지 벚꽃인지 어쩌면 둘다일는지 모를 것이 떨어져간다
살점일는지 모를 것이 떨어져간다
나는 네 빰이 왜 그리 발그레한지 그때 알았다
갖 살에서 떠온 샘물처럼 피눈물 뒤섞이던 4월의 어느 밤, 벚꽃처럼 너는 그리 죽었다
윤진희
발그레한 분홍빛 뺨, 촉각 곤두세운 4월의 어느 밤,
벚꽃처럼 너는 그리 걸었다
너를 아는 눈짓들이 다가오면 입가의 양꼬리를 살짝 올리고
벚꽃처럼 너는 그리 웃었다
다만 본 건 달빛이었다. 웃는다, 운다, 텅빈 눈으로
어둔 밤, 사랑할 것이 없고 그래서 그리워할 것이 없고 더는 잊을 것이 없는 너의 텅빈 눈은 숨기 좋았다
그런 즘, 새까만 밤이 온몸을 부르르 떨던 그 즈음에
존재 모를 바람이 불어 벚꽃이 흩어지고 꼭 그처럼 네가 스러져갔다 운다 온몸을 흔들고서 바람이 흔들어 오는 거라고, 아니해도 될 변명을 늘어놓으며 설움에 복받쳐 우는 네 뺨 위로 눈물인지 벚꽃인지 어쩌면 둘다일는지 모를 것이 떨어져간다
살점일는지 모를 것이 떨어져간다
나는 네 빰이 왜 그리 발그레한지 그때 알았다
갖 살에서 떠온 샘물처럼 피눈물 뒤섞이던 4월의 어느 밤, 벚꽃처럼 너는 그리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