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한 단면
가을
4
971
2004.07.29 12:05
저자 : 윤진희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4
출판사 :
부조리한 단면
윤진희
그 거리, 두 노인은 리어카를 가져다 빈 상자를 담고 있다
젊은 연인들이 3000원짜리 테이크 아웃 카페오레를 마시고
초등학교 남자애가 50여 만 원의 핸드폰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선 은색 스포츠카는 쏟아지는 햇살 위로 눈이 부시다
그 거리, 늙은 두 노인만이 낯선 이방인되어 거꾸로 시간을 되짚어 간다
깊게 패인 주름이 돌처럼 단단히 굳어 이끼 서리고
희말가리 없는 표정은 슬픈 무성영화다
큰 상자 하나를 들고서
할아버지는 그와 꼭 닮은 남루한 골목으로 걸어가시고
할머니는 리어카 옆에 쭈그려 앉아 상자를 얇게 펴놓을쯤
부조리한 태양은 울고 있었다
윤진희
그 거리, 두 노인은 리어카를 가져다 빈 상자를 담고 있다
젊은 연인들이 3000원짜리 테이크 아웃 카페오레를 마시고
초등학교 남자애가 50여 만 원의 핸드폰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선 은색 스포츠카는 쏟아지는 햇살 위로 눈이 부시다
그 거리, 늙은 두 노인만이 낯선 이방인되어 거꾸로 시간을 되짚어 간다
깊게 패인 주름이 돌처럼 단단히 굳어 이끼 서리고
희말가리 없는 표정은 슬픈 무성영화다
큰 상자 하나를 들고서
할아버지는 그와 꼭 닮은 남루한 골목으로 걸어가시고
할머니는 리어카 옆에 쭈그려 앉아 상자를 얇게 펴놓을쯤
부조리한 태양은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