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소식 -안부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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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31 02:01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황제여
출판(발표)연도 : 1970
출판사 : 선교회출판부
그 사람 소식
-안부
이향아
자네도 알지
'데스가부도'라는 사람
군산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이네.
해망동 굴 밖 비릿한 뱃고동 소리에
수박덩이만한 머리통을 가누고
비오는 부두에서 군가를 부르던
그 총각.
많이 늙었다데,
비단폭 밟듯, 예수처럼
바다를 밟고 싶어 하며
평화롭게 마흔살이 넘었다데.
국민학교 뒷담 밑은
우리들의 왕궁
'야, 데스가부도다, 미친 놈! 설친 놈!'
조무레기들이 침을 뱉아 팔매질하면
데스가부도는 하얗게 서서
'저리들 가! 느이들 미쳤냐? 미쳤어?'
아! 그의 절규가
헛바람처럼 맴을 돌던 초록 하늘,
정녕 아름답던 초록 하늘엔
비행기 몇 대가 날고 있었지.
나보다 먼저 죽고 말 것이네, 그는
대추나무 잔 가지로 수액이 뻗히듯
천천한 내 사랑은 전할 길이 없이.....
우리들은 소망대로 어른이 되고
우리들의 어린 것들은 골목에서
흙이 묻어 크네.
네 비망록 저 은밀한 곳에서
데스가부도가 억울하게 늙어 가네.
-안부
이향아
자네도 알지
'데스가부도'라는 사람
군산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이네.
해망동 굴 밖 비릿한 뱃고동 소리에
수박덩이만한 머리통을 가누고
비오는 부두에서 군가를 부르던
그 총각.
많이 늙었다데,
비단폭 밟듯, 예수처럼
바다를 밟고 싶어 하며
평화롭게 마흔살이 넘었다데.
국민학교 뒷담 밑은
우리들의 왕궁
'야, 데스가부도다, 미친 놈! 설친 놈!'
조무레기들이 침을 뱉아 팔매질하면
데스가부도는 하얗게 서서
'저리들 가! 느이들 미쳤냐? 미쳤어?'
아! 그의 절규가
헛바람처럼 맴을 돌던 초록 하늘,
정녕 아름답던 초록 하늘엔
비행기 몇 대가 날고 있었지.
나보다 먼저 죽고 말 것이네, 그는
대추나무 잔 가지로 수액이 뻗히듯
천천한 내 사랑은 전할 길이 없이.....
우리들은 소망대로 어른이 되고
우리들의 어린 것들은 골목에서
흙이 묻어 크네.
네 비망록 저 은밀한 곳에서
데스가부도가 억울하게 늙어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