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자의 노래 -방안의 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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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31 02:03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황제여
출판(발표)연도 : 1970
출판사 : 선교회출판부
갇힌 자의 노래
-방안의 시
이향아
지붕 위로는 꼭
손바닥만한 회색 하늘이
널려 있는데.
한 뼘 마당에는
나무 한 그루 심어 놓고,
일곱 해를 좋이 기다려야 열매가 연다는
고단한 나무를 심어 놓고
방안은 호젓하기 짝이 없는데.
벽 허물어
창 하나 장만하리라 생각는 것은
해 돋는 풍경을 잊어버려서,
별똥별 은꼬리가 궁금하여서,
아니, 그보담은
심은 과일나무
싹 오르는 것을 보기 위해서.
거리에는 지금쯤
가로수가 푸르다는 오뉴월 사연이랑,
귓결 간지르는 슬픈 음악이랑,
물가가 올랐다는 저자의 이야기랑,
부산한 소식들도 들릴 테지만.
방안은 혼자라
외로움도 없고,
빼꼼히 쳐다뵈는 회색빛 좁은 하늘에
그래도 주섬주섬 섬겨 보는 건
지금은 소식 감감한
돌아간 이의 눈익은 이름이며,
산나리 씀바귀꽃 많이도 피던 동네.
하늘을 한 아름 보듬고 싶은데
씀바귀꽃 피던 동네 가고 싶은데
마루 앞에
작은 마당 하나 만들고
벽 허물어 창 하나 장만하고
과일나무 싹 트는 걸 보고 싶은데.
-방안의 시
이향아
지붕 위로는 꼭
손바닥만한 회색 하늘이
널려 있는데.
한 뼘 마당에는
나무 한 그루 심어 놓고,
일곱 해를 좋이 기다려야 열매가 연다는
고단한 나무를 심어 놓고
방안은 호젓하기 짝이 없는데.
벽 허물어
창 하나 장만하리라 생각는 것은
해 돋는 풍경을 잊어버려서,
별똥별 은꼬리가 궁금하여서,
아니, 그보담은
심은 과일나무
싹 오르는 것을 보기 위해서.
거리에는 지금쯤
가로수가 푸르다는 오뉴월 사연이랑,
귓결 간지르는 슬픈 음악이랑,
물가가 올랐다는 저자의 이야기랑,
부산한 소식들도 들릴 테지만.
방안은 혼자라
외로움도 없고,
빼꼼히 쳐다뵈는 회색빛 좁은 하늘에
그래도 주섬주섬 섬겨 보는 건
지금은 소식 감감한
돌아간 이의 눈익은 이름이며,
산나리 씀바귀꽃 많이도 피던 동네.
하늘을 한 아름 보듬고 싶은데
씀바귀꽃 피던 동네 가고 싶은데
마루 앞에
작은 마당 하나 만들고
벽 허물어 창 하나 장만하고
과일나무 싹 트는 걸 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