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이향아
 
 
만삭의 나는 음악회에 간다
밝은 리듬의 태교를 위해

전생의 연분이 쭉지를 치며
날아 오르고
눈물 내리듯 봄비 내리듯
누기찬 실내
우수의 도시, 축제의 밤을 밝혀
끝없는 죽음의 매듭을 풀고
내 세월이 돌아와 진동하는 소리

사교의 거리 어디만치서 기진해 있는가
천길 우물 속에서 생명을 길어 올리는
나의 신앙이여

서둘러 갈꺼나
태어날 아기의 이름 지으러
우리들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지만
들여다보면 젖은 손금과
손금 안에 가라앉은 긴 긴 강물
세계로 통하는 길이 있어서
만삭의 나는 음악회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