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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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1 12:07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물새에게
출판(발표)연도 : 1983
출판사 : 문지사
식탁
이향아
내 자란 항구, 서해 바닷물 퍼서
내가 만든 요리는
조금씩 짜다.
잊은 듯 행여 행여 더 끓다가
피도 눈물도 남들보다 더 짤 것이다.
애 가뭄에 독 오른 고추,
내가 만든 요리는
조금씩 맵다.
쏘아붙이는 외마디 소리
밋밋한 숨결 중에
솟구치는 기운,
속의 열기다.
솥 뚜껑을 열면
알라딘의 요술 램프,
번번이 밥은 질고 숭늉은 쓰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리에 앉아
먼 산을 우러르듯 그립게 둘러 앉아
딸 흘려 이 질긴 요리를 씹자.
나는 그대 산호 보석같은 입을 벌리어
오늘도 겨우
아프고 질긴 맛이나 저며 먹인다.
이향아
내 자란 항구, 서해 바닷물 퍼서
내가 만든 요리는
조금씩 짜다.
잊은 듯 행여 행여 더 끓다가
피도 눈물도 남들보다 더 짤 것이다.
애 가뭄에 독 오른 고추,
내가 만든 요리는
조금씩 맵다.
쏘아붙이는 외마디 소리
밋밋한 숨결 중에
솟구치는 기운,
속의 열기다.
솥 뚜껑을 열면
알라딘의 요술 램프,
번번이 밥은 질고 숭늉은 쓰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리에 앉아
먼 산을 우러르듯 그립게 둘러 앉아
딸 흘려 이 질긴 요리를 씹자.
나는 그대 산호 보석같은 입을 벌리어
오늘도 겨우
아프고 질긴 맛이나 저며 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