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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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1 12:13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물새에게
출판(발표)연도 : 1983
출판사 : 문지사
찻집
이향아
모여 앉아 함께 모의해 보자
우리들의 이마는
야광의 작은 이정표같이
침몰할 듯 침몰할 듯
외로움을 켜들고
핏줄을 조여 기름을 짜듯
비좁게 다가앉은 정의 울타리
문밖엔 광장이 없어도 괜찮다
여기가 우리들의
최후 장소라 할지라도
찻집엔 슬픈 삶을 적시는 안개로 자욱하고
음악은 끈끈한 이슬비같이
전염병같이 옮겨 붙는다
찻잔에서 김이 오르듯
둘러앉은 우리들이
기운이 쇠하도록 뿜어내는 빛
이미 우리는 아무데도 갈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피차 기진맥진하였다
이향아
모여 앉아 함께 모의해 보자
우리들의 이마는
야광의 작은 이정표같이
침몰할 듯 침몰할 듯
외로움을 켜들고
핏줄을 조여 기름을 짜듯
비좁게 다가앉은 정의 울타리
문밖엔 광장이 없어도 괜찮다
여기가 우리들의
최후 장소라 할지라도
찻집엔 슬픈 삶을 적시는 안개로 자욱하고
음악은 끈끈한 이슬비같이
전염병같이 옮겨 붙는다
찻잔에서 김이 오르듯
둘러앉은 우리들이
기운이 쇠하도록 뿜어내는 빛
이미 우리는 아무데도 갈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피차 기진맥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