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해 절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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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1 12:18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물새에게
출판(발표)연도 : 1983
출판사 : 문지사
하루 해 절반
이향아
하루 해 절반쯤은 길거리서 지운다
평생의 태반도 길거리서 잃을 게다
자다가도 추워서 눈을 떠 보면
나가는 시늉
왼눈 하나 꿈쩍 않는 문밖 거리로
이불을 차던지고 달리는 시늉
나는 꿈에서도 노숙했었다
객사했었다
내 뜰에는 향일성의 잎새들이
진저리치듯 반짝이며
나무에서 떨어져 나가기 위해
아우성쳐 재주 넘는 시늉을 한다
기를 쓰고 솟아 오르는 시늉을 한다
겨우 하루 해 절반쯤을 가지고
그걸 편히 제대로 누리지 못해
이향아
하루 해 절반쯤은 길거리서 지운다
평생의 태반도 길거리서 잃을 게다
자다가도 추워서 눈을 떠 보면
나가는 시늉
왼눈 하나 꿈쩍 않는 문밖 거리로
이불을 차던지고 달리는 시늉
나는 꿈에서도 노숙했었다
객사했었다
내 뜰에는 향일성의 잎새들이
진저리치듯 반짝이며
나무에서 떨어져 나가기 위해
아우성쳐 재주 넘는 시늉을 한다
기를 쓰고 솟아 오르는 시늉을 한다
겨우 하루 해 절반쯤을 가지고
그걸 편히 제대로 누리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