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랭이꽃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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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1 12:39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눈을 뜨는 연습
출판(발표)연도 : 1978
출판사 : 시문학사
패랭이꽃
이향아
속리산 가는 길에 패랭이꽃이 많았다
한 때는 그 사람이
나를 패랭이꽃이라 불렀던 때도 있었다.
입대하여 병영의 거친 들판에서
나를 본 듯 패랭이꽃을 가지었노라
편지에 썼었다.
그 시절 내 나이처럼 여리고 어여쁜 진분홍.
지금은 쇠어터진 내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저 작은 풀꽃이여.
아직은 내 눈이 밝고
귀도 가깝지만
명주 실꾸리 만지듯 사려사려 세월을 감을란다.
숱한 꽃 다 두고 하필 패랭이꽃
많은 산 다 두고 하필 속리산엘 간다.
이향아
속리산 가는 길에 패랭이꽃이 많았다
한 때는 그 사람이
나를 패랭이꽃이라 불렀던 때도 있었다.
입대하여 병영의 거친 들판에서
나를 본 듯 패랭이꽃을 가지었노라
편지에 썼었다.
그 시절 내 나이처럼 여리고 어여쁜 진분홍.
지금은 쇠어터진 내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저 작은 풀꽃이여.
아직은 내 눈이 밝고
귀도 가깝지만
명주 실꾸리 만지듯 사려사려 세월을 감을란다.
숱한 꽃 다 두고 하필 패랭이꽃
많은 산 다 두고 하필 속리산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