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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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1 12:40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눈을 뜨는 연습
출판(발표)연도 : 1978
출판사 : 시문학사
기다린다
이향아
어디서나 언제나 기다린다.
출발을 기다리며 종이 울기를 기다린다.
뜨거운 찻잔이 우정처럼 내 앞에 오기를,
쓰린 창자를 적실 저녁밥을,
가장의 늦은 귀가를 기다린다.
이 아이들은 커서 무엇이 되나
어린것들을 자리에 뉘며 간절히 기다린다.
상처의 쾌유를, 정처없이 그 어느 날을 기다린다.
내 사랑의 무늬를 그린 연줄을 잡고
흐르는 세월 위에 띄운다.
하염없이 기다린다.
항상 그렇다.
관청에서, 길에서, 오피스에서
내 집 안방에서, 꿈길에서, 생시에서
내 차례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기다림의 대열 거의 끝에서 나는,
점잖게 기침하며 기다림을 삼킨다.
버릇처럼,
노여움처럼,
아득한 소망처럼.
이향아
어디서나 언제나 기다린다.
출발을 기다리며 종이 울기를 기다린다.
뜨거운 찻잔이 우정처럼 내 앞에 오기를,
쓰린 창자를 적실 저녁밥을,
가장의 늦은 귀가를 기다린다.
이 아이들은 커서 무엇이 되나
어린것들을 자리에 뉘며 간절히 기다린다.
상처의 쾌유를, 정처없이 그 어느 날을 기다린다.
내 사랑의 무늬를 그린 연줄을 잡고
흐르는 세월 위에 띄운다.
하염없이 기다린다.
항상 그렇다.
관청에서, 길에서, 오피스에서
내 집 안방에서, 꿈길에서, 생시에서
내 차례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기다림의 대열 거의 끝에서 나는,
점잖게 기침하며 기다림을 삼킨다.
버릇처럼,
노여움처럼,
아득한 소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