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繡)를 놓으며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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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1 12:47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눈을 뜨는 연습
출판(발표)연도 : 1978
출판사 : 시문학사
수(繡)를 놓으며
이향아
회상의 구릉에 색실을 늘여
세상을 버린 이들을 끌어 올려요
뜬구름 아래로 잡아 매어요
우리들은 아직 여기 살고 있어요
비틀거리며
목이 터지게
뒤꼬이는 창자를 냉수로 달래
아침에 싸우고 저녁에 함께 울어요
우리보다 말씀들이 먼저 죽어서
살던 땅을 적시고 창천에 닿아
미리들 산에 가서 누웠습니다
실 끝에 침 발라 바늘 귀에 넣어요
세상을 몰아다가 감쪽같이 파묻어요
승천하는 이름들을 끌어내려서
손톱 밑에 감춰다가
수틀 밑에 매어요
죽었다가 살아난 그리운 이름
명주 색실 꼬아서 잡아 매어요
이향아
회상의 구릉에 색실을 늘여
세상을 버린 이들을 끌어 올려요
뜬구름 아래로 잡아 매어요
우리들은 아직 여기 살고 있어요
비틀거리며
목이 터지게
뒤꼬이는 창자를 냉수로 달래
아침에 싸우고 저녁에 함께 울어요
우리보다 말씀들이 먼저 죽어서
살던 땅을 적시고 창천에 닿아
미리들 산에 가서 누웠습니다
실 끝에 침 발라 바늘 귀에 넣어요
세상을 몰아다가 감쪽같이 파묻어요
승천하는 이름들을 끌어내려서
손톱 밑에 감춰다가
수틀 밑에 매어요
죽었다가 살아난 그리운 이름
명주 색실 꼬아서 잡아 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