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자리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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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1 12:50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눈을 뜨는 연습
출판(발표)연도 : 1978
출판사 : 시문학사
꿈자리
이향아
산 짐승이건 죽은 사람이건
우리 조상네 몇 몇 원통한 귀신도
내 꿈자리를 휘젓지는 않는다
쓰린 절망 가운데
생면부지 장신의 어둠을 만나도
내 몸을 풀어 헤쳐 우애의 손을 잡는다
아직도 그러나 미움이 있어
그리워라
열기도 달뜬 새끼 고양이 같은
원망 몇 개는 아직 있어
멈추지 못할 내 사랑을 눈뜨게 한다
사랑이 내 목숨인 것을 깨닫게 한다
분노의 검은 포구에 물새를 놓아
참회의 깃털을 밤마다 적시어서
미움도 사랑도 뒤끓지 않고
파도는 잠들고 별 탈이 없다
탈없는 꿈자리를 뿌리 뽑아서
유형의 바다에 던져 보낼까
이 평화 버리꼭지 흔들어 잡고
망각의 허공에 재를 덮을까
이향아
산 짐승이건 죽은 사람이건
우리 조상네 몇 몇 원통한 귀신도
내 꿈자리를 휘젓지는 않는다
쓰린 절망 가운데
생면부지 장신의 어둠을 만나도
내 몸을 풀어 헤쳐 우애의 손을 잡는다
아직도 그러나 미움이 있어
그리워라
열기도 달뜬 새끼 고양이 같은
원망 몇 개는 아직 있어
멈추지 못할 내 사랑을 눈뜨게 한다
사랑이 내 목숨인 것을 깨닫게 한다
분노의 검은 포구에 물새를 놓아
참회의 깃털을 밤마다 적시어서
미움도 사랑도 뒤끓지 않고
파도는 잠들고 별 탈이 없다
탈없는 꿈자리를 뿌리 뽑아서
유형의 바다에 던져 보낼까
이 평화 버리꼭지 흔들어 잡고
망각의 허공에 재를 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