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解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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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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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解逅)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눈을 뜨는 연습
출판(발표)연도 : 1978     출판사 : 시문학사
해후(解逅)
 
                            이향아
 
 
그가 떠나면서 일으킨 소동
생사람도 언 땅에 눕히던 난리
진흙 속에
영락의 잿더미에
그리움의 썰렁한 물가에 날 세워 두더니

오늘은
빨랫줄에 젖은 추억 건져서 넌다
눈부시게 손을 쳐든 죽음과 부활
아무릴 생각해도
어리석은 해후다

내 질긴 미련 쥐고 흔드는
그대와의 왕래
바라던 것 죄다 거느리고
거드럭거리며 흔적없이 왔다 가는
설레는 내통이다
간음이다
끝장나지 않는 이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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