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아픈 눈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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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1 12:56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눈을 뜨는 연습
출판(발표)연도 : 1978
출판사 : 시문학사
그대의 아픈 눈
-절망하면서-
이향아
나는 꽤 어리석은 편이라 절망하지 않습니다
아주 어리석진 않은 편이어서 가끔은 절망합니다
사지를 던져 빛이 오는 길목을 막고
빛을 지키는 한 마리 불붙는 어둠
다섯자의 무지한 어둠이 됩니다
눈이여, 내 삶을 뚫는 그대의
아픈 눈이여
이 장막에 밤낮없이 광명을 매질하는 칼이여
아득히 이를 갈며 어둠을 낳습니다
내가 낳은 어둠을 눈 딱 감고 버립니다
아주 절망하지는 않으면서
내 산고가 장성하여 빛이 되어 올 때까지
짠 눈물 몇 방울씩 절망하면서
나는 생각합니다
내 삶을 뚫는 그대의 눈을
바라보면 아픈 그대의 눈을
-절망하면서-
이향아
나는 꽤 어리석은 편이라 절망하지 않습니다
아주 어리석진 않은 편이어서 가끔은 절망합니다
사지를 던져 빛이 오는 길목을 막고
빛을 지키는 한 마리 불붙는 어둠
다섯자의 무지한 어둠이 됩니다
눈이여, 내 삶을 뚫는 그대의
아픈 눈이여
이 장막에 밤낮없이 광명을 매질하는 칼이여
아득히 이를 갈며 어둠을 낳습니다
내가 낳은 어둠을 눈 딱 감고 버립니다
아주 절망하지는 않으면서
내 산고가 장성하여 빛이 되어 올 때까지
짠 눈물 몇 방울씩 절망하면서
나는 생각합니다
내 삶을 뚫는 그대의 눈을
바라보면 아픈 그대의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