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얼굴 바라보며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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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1 12:57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눈을 뜨는 연습
출판(발표)연도 : 1978
출판사 : 시문학사
그대 얼굴 바라보며
이향아
그대는 아침 숲 뿌리를 덮고
나는 꽃잎의 이슬 모은다.
그대가 지키는 세상
산천에 박힌 젊은 날의 시력을
보석처럼 캐어서
근심 질긴 사람
쉬 늙어 눈 어두면
서너 발씩 펴 주리.
전할 말도 몰라라, 나는.
헛바람 내는 몇 소절
풍금소리처럼,
그대 소리쳐서
내게로 오고 있는
더딘 사랑이여.
돌아갈 것이다, 나는.
살진 구름 밖에서,
구척 장신의 어둠 속에서
그대 기다리는 먼 발치
전할 말도 잊었어라, 나는
무너져 내리 듯, 무너져 내리 듯
섭섭히 돌아다보며 놓여날 것이다.
쓸개도 없이 잦아들 것이다.
그대,
내 슬픈 사랑이여.
이향아
그대는 아침 숲 뿌리를 덮고
나는 꽃잎의 이슬 모은다.
그대가 지키는 세상
산천에 박힌 젊은 날의 시력을
보석처럼 캐어서
근심 질긴 사람
쉬 늙어 눈 어두면
서너 발씩 펴 주리.
전할 말도 몰라라, 나는.
헛바람 내는 몇 소절
풍금소리처럼,
그대 소리쳐서
내게로 오고 있는
더딘 사랑이여.
돌아갈 것이다, 나는.
살진 구름 밖에서,
구척 장신의 어둠 속에서
그대 기다리는 먼 발치
전할 말도 잊었어라, 나는
무너져 내리 듯, 무너져 내리 듯
섭섭히 돌아다보며 놓여날 것이다.
쓸개도 없이 잦아들 것이다.
그대,
내 슬픈 사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