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길을 가며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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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1 13:05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동행하는 바람
출판(발표)연도 : 1975
출판사 : 한국문학사
땅속 길을 가며
이향아
썰물을 들이키며 떠내겨 가다가
살 길이 막막하면 땅 속 길을 뚫는다
뻘밭에 목을 묻는 꼬막 조개같이
저 두렵고도 무지한 입구
내 인생의 키를 파묻을 굴헝
손 못댄 고비고비 고샅을 더듬어
한 곡조씩 가라앉는 내 목숨의 음반
하나님,
나는 오늘 죽을지도 몰라요
땅 속 깊이 파묻어도
하늘에서 방황할
몇 마디 말씀
앙금 같은 근심
이 울창한 어둠의 티끌 속에는
도망치던 계절이 고여 흐르고
떠내려가는,
내 피신의 아득한 종교
그 손을 더듬는 눈물겨운 때
이향아
썰물을 들이키며 떠내겨 가다가
살 길이 막막하면 땅 속 길을 뚫는다
뻘밭에 목을 묻는 꼬막 조개같이
저 두렵고도 무지한 입구
내 인생의 키를 파묻을 굴헝
손 못댄 고비고비 고샅을 더듬어
한 곡조씩 가라앉는 내 목숨의 음반
하나님,
나는 오늘 죽을지도 몰라요
땅 속 깊이 파묻어도
하늘에서 방황할
몇 마디 말씀
앙금 같은 근심
이 울창한 어둠의 티끌 속에는
도망치던 계절이 고여 흐르고
떠내려가는,
내 피신의 아득한 종교
그 손을 더듬는 눈물겨운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