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 부근 나무 아래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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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1 13:07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동행하는 바람
출판(발표)연도 : 1975
출판사 : 한국문학사
정류장 부근 나무 아래서
이향아
펄럭이던 깃발도 내리고
갈채도 끝나고
황황한 이별만
눈 가리고 서 있는 나무
게으른 날들의 망설임을 걷어다가
습습한 날들의 열기를 모아다가
천 날 만 날 부질없는 방황을 몰아다가
흥타령하며 도리질치며
장돌뱅이 바람이 목을 매단다
친구여
헛기침 몇 번으로 나를 찾아 오너라
두어 마디 말 더듬거리며
친구여
이런 때 나를 찾아 오너라
버스 정류장 부근
초겨울 은행나무 서 있는 곳
눈꼽 낀 가로수 졸고 있는 곳
맹세들이 열매처럼 떨어지는 곳으로
이향아
펄럭이던 깃발도 내리고
갈채도 끝나고
황황한 이별만
눈 가리고 서 있는 나무
게으른 날들의 망설임을 걷어다가
습습한 날들의 열기를 모아다가
천 날 만 날 부질없는 방황을 몰아다가
흥타령하며 도리질치며
장돌뱅이 바람이 목을 매단다
친구여
헛기침 몇 번으로 나를 찾아 오너라
두어 마디 말 더듬거리며
친구여
이런 때 나를 찾아 오너라
버스 정류장 부근
초겨울 은행나무 서 있는 곳
눈꼽 낀 가로수 졸고 있는 곳
맹세들이 열매처럼 떨어지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