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할꺼나
- 사뇌가 - 

                    이향아   
 
 
흔들리는 눈빛
머리칼 한 올도 놓치지 않으리
그 광휘에 눈을 감았다
고개 들지 않았다

질긴 세월이었다
장미가 뿌리를 내리고
그 발부리 어디에선가
숨어서 자란 아픈 사랑
너 이제야 오면
비좁은 천지에 어찌할꺼나

천 갈래 뚫린 길을 간다
날 부르는 소리 있어도 귀막고 간다
저 밝은 하늘 아래 어리석은 분별이여

너를 자꾸 만난다
외나무 다리에서 원수처럼 마주쳐
물에 젖은 휴지처럼 곤고할 때도
화창한 열풍에 깃발처럼 흐느낄 때도
멀미 앓듯 너를 만난다

너는
땅의 한 자락을 바람처럼 휘감고 있었구나
사시철 출입하여 낯설지 않았구나
아침 저녁 언저리에 서리는 안개와
내 땅을 적시는 채찍의 소나기,
은연한 이슬로 쓰러진 너를
내가 눈이 멀어 몰랐었구나

이승의 눈물 한 바가지 퍼서
저승의 무지개로 놓아 보낼까
된소리 한 곡조 너울너울
물망의 바다에 놓아 보낼까

가시울 깊은 곳에 너를 가두고
머리카락 한 올도 내 손에 움켜쥐고
흔들리는 눈길로 그냥 묶어 둘꺼나
슬픈 이 사랑을 어찌 할꺼나